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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국생활/독서&생각

<두부>

김뭍은 유학생 2017. 4. 28. 01:44



능력과 경륜을 갖춘 사람 중에서 때묻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귀하다면 세탁을 해서라도 꼭 필요한 사람은 써야지 어찌겠는가.

정치적 과오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다가 사면되는 건 공권력에 의한 세탁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. 

그래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처벌을 면한 이보다는 응분의 벌을 받고 난 사람이 한결 떳떳해 보인다. 그렇다고 해도 그건 권력의 상층부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흥정의 혐의가 짙은 용서지 국민으로부터 얻어낸 용서는 아니다. 국민들이 보고 싶은 건 그런 겉치레보다는 정말로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자책의 몸짓이다.

가끔 고위공직에서 물러나거나 쫓겨나서 한가해진 이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기도 하고 또는 집필중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한다.

그들이 그런 걸 내놓을 때 독자는 흔히 참회록이기를 기대하게 된다.

진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용서해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. 그러나 이땅에서 단 한번이라도 진정한 참회록이 나온적이 있던가. 거짓 위에다 거짓을 덧칠, 개칠한 회고록보다는 차라리 두부를 향해 고개 숙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. 두부에 어떤 예방이나 정화의 기능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니다. 못나빠진 밑바닥 인생들이 억울하게 또는 지당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와 한모의 두부를 향해 고개 숙였을 때의 극도의 자기모멸을 경험해봐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. 왜 그들은 그런 통과의례로부터 면제되어야 하는가? 아무리 한때 높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수오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는 범죄자를 어느 누가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. 한번이라도 최고권력을 쥔 적이 있으면 수오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 제왕무치의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.

손도 맞은 외로움에 몸을 떨며 그 무미의 두부 속에 그다지도 쓴망시 숨어 있다는 걸 맛본 적이 있는 권력자가 단 한사람도 없기 때문에

사랑받는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온 권력자 또한 한 사람도 없는게 아닐까...

 

 <두부> 박완서

 

내일 투표하러가요.

미국에 있지만 가까운 곳에서 투표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,

이렇게 빨리 투표할 수 있는것도 감사하고!

 

다음 대통령은 꼭 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갈 수 있는 사람이기를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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